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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선생은 1937년 일본 도쿄의 빈민가에서 태어났다. 광복 직후인 1946년 외가가 있는 경상북도 청송으로 귀국했지만, 가난 때문에 가족들과 헤어져 어려서부터 나무장수와 고구마장수, 담배장수, 가게 점원 등으로 힘겨운 생활을 하였다. 객지를 떠돌면서 결핵 등의 병을 얻어 평생 병고에 시달렸으며, 1967년 경상북도 안동시 일직면 조탑동에 정착하여 그 마을의 교회 문간방에서 살며 종지기가 되었다. 1969년 단편 동화 「강아지 똥」을 발표하여 월간 「기독교 교육」의 제1회 아동문학상을 받으며 동화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하였다. 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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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3.01.30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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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5~6세기 경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위대한 사상가와 철학가들이 많이 등장했다.대표적으로 그리스의 철학가였던 헤라클레이토스와 소크라테스, 인도에는 석가모니, 중국에는 노자와 공자가 그들이다. 이들의 공통적인 관심사는 인생과 인간의 행복과 불행에 대한 질문이었는데,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통적인 가르침은 어떻게 하면 인생을 고통 없이 살 수 있는가. 혹은 인간은 어떻게 지혜롭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전형적이고 경직된 사고를 깨뜨린 사상가는 바로 노자였고, 그가 「도덕경」에서 펼친 사상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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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3.01.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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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밤,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읽어본다. 눈은 밤새 창밖에서 사락사락 그침 없이 내리고 있다. 간혹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리고, 바흐의 음악은 그칠 듯하다가 다시 이어진다. 어느 산골 마가리에서 푹푹 내리는 눈을 바라보면서 소주를 마시며 오지 않는 나타샤를 기다리던 시인 백석의 심정과 풍경도 이러하지 않았을까. 가난한 내가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나타샤를 사랑은 하고눈은 푹푹 날리고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나타샤와 나는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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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3.01.08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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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 1880-1918)는 현대 프랑스의 시인 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시인 중의 한 사람이다. 그의 시 중에서도 「미라보 다리」는 가장 널리 애송되는 시이다. 경쾌하고 화려한 그의 시와 달리 시인의 일생은 너무 슬프고 짧았다. 그는 이탈리아 로마 태생인데 정체불명의 아버지와 폴란드에서 이주해온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다. 향락과 도박을 좋아하는 어머니를 따라 남프랑스 지방의 칸과 니스 등지를 옮겨 다니며 거기서 고등학교를 나오고 19세 때에 어머니와 함께 파리로 올라왔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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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2.12.19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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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고독」은 콜롬비아의 소설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대하소설이자 그의 대표작이다. 마르케스의 걸작으로 여겨지는 이 소설은 라틴아메리카 문학과 세계 문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라틴아메리카의 창시자이며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마르케스의 대표작 「백년의 고독」이 아르헨티나에서 처음 출판된 1967년 이후 이 작품은 지금까지 전 세계 30여개국에서 번역 출판됐으며, 전 세계의 독자를 사로잡았다.「백년의 고독」은 마르케스 문학의 모든 것이 결집돼 그 절정을 이룬다. 이 작품은 신화적 요소를 도입해, 우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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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2.12.0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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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간다. 후미진 처마 밑 구석에서, 나무와 나무 사이에서 거미가 아름다운 집을 만들며 이리저리 다니고 있다. 거미가 만든 집은 자기 삶의 터전이면서 동시에 생존의 현장이기도 하다. 거미는 거미줄을 풀어 자신의 먹이를 구한다. 심지어 암거미는 사랑의 성교를 나누었던 수거미를 잡아먹거나, 자신의 몸을 새끼거미에게 먹이기도 한다. 거미의 삶도 인간의 삶만큼이나 치열하다. 어디선가 불어오는 싸늘한 가을바람과 함께 거미는 늙어가고 까맣게 타버린 몸을 낙엽과 함께 내던진다. 그리고는 홀로 또 다른 새벽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가을바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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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2.11.2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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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 글씨」는 1850년에 미국 소설가 나사니얼 호손의 대표작이다. 호손은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세일럼에서 태어난 19세기 미국 문단의 개척자였다. 4세 때, 부친을 잃어 편모슬하에서 성장하였고, 음울하고 고독한 성격의 호손은 학교 수업보다는 책을 많이 읽고 문학에 관심이 있어 시인 퐁펠로우와 프랭클린 등과 친교를 하기도 했다.그의 작품은 미국사회에서 청교도적인 전통의 '악과 도덕적 책임'에 입각하여, 인간의 내면적인 문제를 집요하게 잘 표현하고 있다. 그로인해 일부에서는 그의 작품이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비난도 있었으나, 냉정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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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2.11.08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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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가을이 되면 가장 떠오르는 작곡가는 브람스가 아닌가 싶다. 브람스는 흐리고 바람 부는 날이 많은 독일 북부의 함부르크에서 성장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음악에는 흡사 가을바람과 같이 우울하고 어두운 감성을 표현하는 분위기가 짙게 깔려 있다. 예컨대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의 선율은 가을의 쓸쓸하고 고독한 느낌을 잘 반영해준다. 브람스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소설은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이다. 작가 사강은 1935년 프랑스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소르본 대학교를 중퇴하였다. 본명은 프랑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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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2.10.24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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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고전 문학 작품 중에서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 만큼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작품도 드물 것이다. 뮤지컬이나 영화를 통해 '레 미제라블'이라는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소설에는 다른 장르에서 담아내지 못하는 문학만의 위대한 서사와 감동이 있다. 소설은 1862년 3월 30일에 처음 출간되자마자 파리의 서점들에서 이 책을 사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었고 오늘날까지 그 인기는 이어지고 있다. 「레 미제라블」은 혁명과 변혁의 물결로 뒤덮였던 19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대하소설이다.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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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2.10.10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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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을이 왔다. 연두와 초록의 시간을 뒤로 하고 단풍과 낙엽의 시간이 왔다. 무덥고 지루하던 여름의 더운 공기가 어느새 차갑고 싸늘한 기운으로 바뀌어 간다. 그토록 극성을 부리던 열기가 계절의 변화 앞에서 결국 굴복하고 말았다. 봄에는 새로 피어난 꽃들이 서로 마주 보며 서 있는 시간이었고, 여름에는 무성한 잎들이 서로 몸 부비며 서 있는 시간이었다. 그렇지만 가을은 익어가는 들판을 바라보며 홀로 서 있는 시간이다. 들판에서 익어가는 것을 바라며 거두어야 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알곡이든 쭉정이든 모든 것을 수확하는 가을은 행복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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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2.09.26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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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은 이 세상의 모든 대상으로부터 서로 '스며들기'의 과정에 의해 영위되어간다. 사전적 의미로 '스며들다'의 의미는 '스미다'와 '들다'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합성어로 마음 깊이 배어들고 느껴지는 것을 뜻한다. 인간은 인간으로부터, 세상으로부터 영향을 주고받으며 서로 스며들어 간다. 삶이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 혹은 세상과의 인연과 교감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사람에게는 모두 '인연'이 있고 '교감'이 있다. 어떤 인연은 깊은 교감으로 맺어지게 되고, 어떤 인연은 짧은 교감으로 그치고마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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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2.09.12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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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무엇인가. 소박하게 말해서 역사란 과거에 일어났던 사실이 기록된 것을 말한다. 지난 기록을 통해 과거의 사건이나 인물들에 대해 아는 것이 역사이다. 그렇다면 다시 볼 수도 없고,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를 우리는 왜 공부해야 하는 할까. 그것은 과거의 세계를 만날 수 있고 과거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더 튼튼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과거의 세계가 우리 앞에 살아있는 듯 그 모습을 드러낸다. 옛날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 왕실에서도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이 국정의 기록을 일일이 남겼다. 그때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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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2.08.22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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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상처를 받는다. 개인적으로 입는 육체적 상처와 마음의 상처, 세상과 사회로부터 많은 상처를 받으며 우리는 살아간다.가족 사이, 연인 사이, 친구 사이에서 잘못된 만남에 의해서 혹은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에 의해서 많은 상처를 받게 된다. 좋은 사람을 만나서 사랑을 주고받으며 평생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도 있지만,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이 만나서 고통과 슬픔을 겪다가 상처로 남는 경우도 허다하다. 몇 년째 계속되는 코로나라는 질병은 세상의 많은 사람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평생 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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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2.08.08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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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많은 것들이 떠나간다. 떠나가는 시간, 떠나가는 사람, 사라지는 물건들이 가뭇없이 우리 곁에서 자꾸 없어져 간다.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 같던 젊음의 시간도 흘러가고, 영원을 다짐하던 사람들도 우리 곁을 떠나고, 오랜 세월 동안 손때 묻은 물건들도 그 자리를 떠나 어디론가 사라진다. 이 모든 것들과 헤어지면서 우리는 그들과 다시 만나게 되기를 바라거나 아니면 다시는 만나지 않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시간은 모든 것을 앗아간다. 만남의 시간을 멀리하며 한 시절을 다 하고 시들어가는 꽃과 나무, 모든 소멸하는 생명과 사물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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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2.07.25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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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그에 대비되는 정신과 영혼은 무엇인가.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몸인가 정신인가. 어느 것 하나 답하기에 결코 쉽지 않은 물음들이다. 그래서인지 이런 의문에 답을 얻기 위해서 많은 철학자와 작가들은 평생 고민해 왔다. '몸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마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있어야 한다. 마음은 몸에 대한 관념이다. 몸은 마음에 따라서 움직인다. 마찬가지로 몸이 없으면 마음이나 생각도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 동안 서양의 사상은 몸을 경멸하는 전통으로 이루어져 왔다. 특히 영혼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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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2.07.1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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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그리스의 에피다우로스 극장을 방문 했을 때, 고대 그리스의 삼대 비극작가 중의 한 사람인 소포클레스의 비극 '오이디푸스 왕'을 본 적이 있다. 연극이 진행되는 동안 원형경기장 주변에서 이루어지던 빛과 어둠의 절묘한 조화와 결합은 지금까지도 기억 속에 강렬하게 남아 있다. 원형경기장 주위는 어둠이 짙게 드리워져 있고 무대가 설치되어있는 공연장의 한가운데에서 빛은 명멸했다. 파국을 향해가는 오이디푸스의 몸짓 하나하나에서 빛과 어둠은 혼효하며 대립하고 있었다. 성서와 신화 속의 수많은 인물은 빛과 어둠을 오가며 삶과 죽음, 희망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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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2.06.29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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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금지된 장난'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의 프랑스 침공으로 프랑스 북부의 시민들이 남부 프랑스로 피난 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된다. 미취학 아동 폴레트도 부모와 함께 피난을 가고 있는데, 갑자기 독일군 전투기들이 피난 행렬을 향해 기총 사격을 가한다. 유명한 영화주제곡 '금지된 장난'의 아름다운 선율이 전쟁의 참상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면서 영화는 전개된다.인간이 저지르는 장난 중에서도 가장 어리석고 비극적인 것은 전쟁이다. 고대의 트로이전쟁에서부터 현재 일어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르기까지, 전쟁은 인간과 세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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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2.06.14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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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말보다 고결한 것은 없다. 그렇지만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만큼이나 어렵고 힘들다. 개인과 개인 사이, 집단과 집단 사이,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과 전쟁이 일어나는 이유는 사랑이 없기 때문이다. 사랑의 의미와 종류는 다양하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서의 사랑은 에로스라 불렸는데, 이것은 이성 간의 육체적인 사랑에서 진리에 이르고자 하는 동경과 충동을 의미했다. 그리스도교에서의 사랑인 아가페는 이웃에 대한 사랑과 신에 대한 사랑을 강조하며, 이것을 최고의 가치로 여겼다. 어떠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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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2.05.23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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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모든 언어 중에서 '어머니'라는 단어보다 고결하고 성스러운 것은 없다. 어디에 계시든, 언제든 달려가서 안기고 싶은 곳이 어머니 품이다. 사랑으로 흘러 영원의 바다가 되는 푸른 어머니, 그 어머니가 이제는 가까이 계시지 않으니 그리움은 더욱 진하다. 제 앞길만 가리며 바삐 사느라 효도 한번 제대로 못했지만, 보이지 않게 함께 있는 바람처럼 끝없는 용서와 사랑으로 우리를 감싸 안아준 어머니이다. 당신의 고통 속에서 생명을 이어받아 이만큼 자라 온 날들을 아직도 감사할 줄 모르는 자식들이다. 기쁨보다는 아픔이, 만남보다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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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2.05.09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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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창밖에서 후둑후둑 봄비가 내린다. 오늘도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어딘가로 보낼 원고를 만지고 있다. 밤비가 내리는 날에는 여러 가지 깊은 상념에 젖어든다.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 내 곁을 떠나가는 사람들, 제 몸을 태우며 혼자 타들어가는 촛불, 밤비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끄집어내고 지나온 시간들을 되새김질하면서 반성과 사유의 시간을 갖게 한다. 밤늦은 시간, 시골 어딘가에서 지금 깨어 있는 것은 나와 빗소리와 음악 소리와 주변에 흩어진 사물들뿐이다. 이들은 모두 하나로 이어진다. 비는 어딘가로 떠나가는 여행의 출발점이 면서 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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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2022.04.25 19:27